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스포어 마인들 중 몇개가 전방 도로에 떨어지며
도로 한뭉터기를 날려버리자 캡틴 아파엘은 큰 진동을 느꼈습니다.
먼지와 파편들 속에서 주춤거리며, 그는 바로 앞의 지면이 슬래그로 녹아버린 것을 보았지요.
기이한 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결국 그 녹아버린 도로의 슬래그는 저 아래 행성 내핵으로 떨어졌고
그 자리에는 아직도 부글거리는 거대한 구멍이 생겼죠.
아마 이것이 하이브 마인드의 최후의 계략일 것이였습니다.
하이브 마인드의 외계인 무리들은 이 부유하는 광산 플랫폼 도시를 완전히 파괴할 생각인 듯 보였습니다.
캡틴 아파엘의 전선 후방에서는 그의 컴퍼니 테크마린들이 저 구름층까지 솟은 거대한 가스 컨베이어의 기계령을 위해 기도문들을 읊고 있었습니다.
사방에서 타이라니드들이 증기 파이프들을 갉아대고 있는 순간이였지만,
테크마린들은 기계의 혼을 달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죠.
아파엘은 외계인들이 지금 블러드 엔젤이 무엇을 계획했는지를 알고 움직이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에우로스에 대한 전면적 파괴의 부분적 단계에 해당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느쪽이든, 하늘에 솟은 거대한 파이프라인들이 파괴되어 누출되는 것은 시간 문제인듯 보였죠.
흙먼지와 매연에서 빠져나오자 새로운 타이라니드 괴수 무리들이 블러드 엔젤의 방어선들을 공격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파엘은 저주와 함께 그의 플라즈마 피스톨을 꺼내들어 가장 가까이 근접한 건트에게 겨누었고,
곧 눈부신 빛의 폭풍이 괴물을 가스 덩어리로 녹여버렸습니다.
그의 좌측 우측에서는 형제들이 몰려오는 외계인들에게 정교한 볼터건 사격을 가하고 있었고,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볼트 탄환들의 묵직한 폭발음은 그들의 발 밑에 쌓이는 탄피들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섞여 들리고 있었죠.
스페이스 마린만의 전투 교리법에 따른 방어 덕에 단 하나의 생명체도 수십 야드 이상으로는 절대 근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쏟아지는 괴물들 하나 하나가 모두 볼트 탄환들의 폭발에 의해 산산조각나고 있었고,
그들의 아작난 사지들이 지면에 나뒹굴었지요.
마린들은 빈 탄알집을 아직 연기 피어오르는 볼터들에서 방출한 다음, 새로운 탄알집들을 끼우며
적들의 새 공습에 대비했습니다.
아파엘은 하늘을 살폈고, 더 많은 스포어 마인들이 쏟아지거나
혹은 거대한 비행 괴수들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까 경계했죠.
그러나, 적들의 새로운 공습이 시작되기도 전에, 플랫폼이 갑자기 블러드 엔젤의 발 밑에서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파엘은 컨베이어 파이프의 긴 라인을 향해 시선을 올렸고,
얼마 안가 흔들리는 플랫폼 지면에 의해 수 마일 이상으로 구름까지 뻗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긴 파이프라인까지 눈에 보일 정도로 크게 진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진동이 가라앉았지만,
캡틴 아파엘은 대신 머리 위 구름층이 점차 밝아지는 것을 확인했지요.
이유는 말 안해도 알겠지요.
'전 분대 들어라. 해당 수송편들로 복귀한다!'
아파엘은 음성망 채널을 향해 명령을 하달했고,
점차 커져가는 하늘에서의 찢어지는 소리 때문에 혹여 소리가 묻힐까봐 그는 최대한 음성을 키워 말했습니다.
그의 명령에 따라 블러드 엔젤 측은 이제 후퇴를 위해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전방에 수류탄들을 뽑아 던지고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각 분대의 스톰레이븐들을 향해
볼터 탄환들을 쏴제끼며 부셔진 광산 플랫폼의 지면을 질주해갔죠.
탄환들이 그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고,
아파엘 또한 탈출하기 전에 그의 형제들의 발목을 붙잡아 익사시키려는, 어느새 새로 나타난 타이라니드 무리들을 향해 플라즈마 탄구들을 쏘아댔습니다.
캡틴은 탈출 구역에 도달한 마지막 인원이였습니다.
이때쯤 되자 하늘은 그저 환했던 수준에서 이제는 차마 눈 뜨고 올려다보기 힘들 수준까지 치닫아 있었죠.
그는 스톰레이븐의 어썰트 램프 부분에 도약하여 무사히 착지하였습니다.
숨을 고르며 시선을 돌리자 가드맨 한명이 램프 전방의 폐허물 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고,
우연적으로 잠깐 동안 그 둘은 서로에게 시선을 고정시켰습니다.
가드맨이 바라보는 아파엘의 두 눈은 얼음만큼이나 차갑고 단단했으며,
아파엘이 바라보는 가드맨의 두 눈은 공포로 가득 차 있었고,
또한 신성한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의 일원인 자신이 도와주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순간 아파엘은 주저 없이 그 가드맨을 향해 달렸습니다.
그리고는 주저앉은 그를 잡아 올린 다음 그대로 스톰레이븐 방향으로 집어다 던졌죠.
그가 몸을 돌려 다시 스톰레이븐으로 뛰려 하자, 뒤편에서 무너진 벽에 오른 호마건트 한마리가 발톱들과 송곳니들을 내밀며 캡틴을 덮쳤지만
아파엘은 자동 반사적으로 괴물의 면상을 후려갈겨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까지 날려버렸습니다.
직후 그는 다시 어썰트 램프로 복귀하였고, 때마침 가드맨 또한 뒤편의 손잡이 부분으로 기어오르는데 성공했습니다.
스톰레이븐이 마침내 이륙했고,
겨우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스톰레이븐이 있던 자리에 수많은 건트 무리들이 쏟아내려와
그들 머리 위에 있는 캡틴을 어떻게든 잡고 물어지려고 메뚜기마냥 도약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는 램프 손잡이에 한손을 걸치고는, 어떻게 달라붙은 건트들을 발로 차 떨구거나
혹은 정교한 피스톨 사격으로 놈들의 머리통을 자주색 피운무로 증발시켰습니다.
마침내 스톰레이븐이 안전 높이까지 오르는데 성공했고,
아파엘은 전방 어썰트 램프의 전망 지점에서
구름을 뚫고 정제소로 내려오는 화염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거대한 파이프라인은 내부의 프로메튬이 인화되며 불길에 흡수되어 버렸고,
마치 화염이 담긴 깔때기마냥 프로메튬 화염은 후퇴하는 스톰레이븐들을 지나쳐 내려갔습니다.
화염이 내려가며 파이프 컨베이어에 붙어있던 타이라니드들은 모조리 타버리거나 혹은 열기를 버티지 못하고 공허한 행성 내핵으로 추락했고,
괴수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는 날카로운 풍음과 불타는 프로메슘이 만들어낸 소리에 묻혀 버렸습니다.
마침내 염화가 정제소 플랫폼을 집어삼켰고
그 순간 행성의 운명도 종말을 맞이했습니다.
행성이 종말을 맞이하며 발산한 빛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아파엘이 장착한 헬멧의 포토렌즈들이 다시 기능을 회복하기까지 잠깐 시간이 걸렸고,
행성이 눈으로 볼 수조차 없는 강렬한 백색에서 회색빛으로 가라앉을 때까지
꽤 먼 상공까지 올랐음에도 스톰레이븐은 거기에서 발생한 충격파에 크게 동요했습니다.
아파엘조차도 초인의 강인함이 없었다면 우주 밖으로 그대로 던져졌을 것입니다.
스톰레이븐의 아래, 행성의 내부는 그야말로 불타오르며 끔찍한 연쇄 연소 작용이 내핵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이 가스 행성의 삶은 이제 수 초도 남지 않았음이 분명했죠.
어썰트 램프를 마침내 폐쇄시킨, 아파엘은 그의 조종사에게 최대한 고궤도상까지 도달할 것을 명령했고,
이후 들리는 소리라곤 오직 스톰레이븐의 터빈들이 만들어내는 포효성 뿐이였습니다.
그 굉음 속에서 미약하게 가드맨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아파엘은 그냥 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