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넬레는 수송차량 격실 내부에 뚫려있는 전망창을 통해 바깥을 조심스레 살폈다.
운전수가 라이노의 엔진을 최대로 가동하자,
바깥으로 보이던 불타는 나무들과 잡목들은 추락 지점에서 멀어지며 그저 빛나는 점으로 흐려져갔다.
그들 뒤편에 따라오고 있는 3분대의 라이노는 불타오르고 있었는데,
장갑의 황금빛 챕터 상징은 초열에 끓어오르고 있었고, 내부 운전수는 어떻게든 속도를 맞추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 추적자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 괴수의 몸집은 정글보다 거대했고,
거대한 앞발다리들은 불타는 나무들을 종이마냥 가볍게 헤치고, 무너트리고 파괴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 거대한 짐승은 최대로 가동중인 엔진음조차도 흐릴 정도로 흉폭한 비명소리를 내질렀고
이어 라이노 호송단을 향해 끓어오르는 생체 플라즈마 탄들을 토해내었다.
플라즈마 탄들의 폭발이 만들어내는 연녹빛 불길은 마치 여름의 섬광처럼 주변을 밝게 빛냈다.
대부분은 별다른 피해 없이 애꿎은 지면만을 강타하여, 주변에 흙더미들과 역하게 타오르는 나무 조각들만을 튀어냈으나
메넬레는 그 중 한 탄환이 다른 라이노의 좌전방 궤도를 강타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저 살짝 스친 것일 뿐이였으나,
그 한번의 타격은 강타당한 라이노의 기계 메커니즘을 어떤 식으로 망가트려,
라이노가 통제를 잃고 결국 한 5m 전방에 있던 헬로스의 거대한 생체 잔해에 처박히도록 만들었다.
라이노는 그 운동량 덕에 그대로 붕 떠서 생체 잔해에 처박혔고, 엔진은 그대로 정지했다.
메넬레는 욕설을 내뱉으며 전망창 차단막을 내리고는, 그의 형제들에게로 몸을 돌려 말했다.
'9th 분대야. 크게 당해버렸어.'
그는 잠깐 아가이타스의 상태를 살폈다.
죽어가며 타이라니드 놈들을 향해 저주를 날리는 꼴이 마치 순교 직전의 전도사들 같이 느껴졌다.
그의 찢기고, 피에 젖은 입술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으나, 들리는 건 거의 없었다.
라이노 안에 함께 있는 다른 전사들은 그런 캡틴의 모습을 보며 비통함을 느끼고 있었고,
라이노 격실 위에 달린 조명 아래 음영어린 그들의 헬멧 전면의 모습은 음울해 보이기까지 했다.
메넬레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가슴아프지만, 더이상 그를 이 고통어린 빈사 상태에서 잡아둬야 될 이유도, 희망도 없음을.
그리고 그 또한 그가 고통속에 이렇게 희망없이 연명하는 것을 더이상 바라볼 수 없었다.
그는 젊은 아포테카리의 견갑을 잡으며, 작게 속삭였다.
'그를 떠나게 해주게'
아포테카리가 그의 시선을 환자에게서 떼는 사이,
메넬레는 그가 쓰론, 겨우 10년 전에 스카웃 컴퍼니에서 승급된 젊은이임을 기억해냈다.
소타의 생존자들이 너무나도 적어 그나마 최선으로 무사이데스 형제의 후임으로 교대했었지 아마?
물론 노련한 베테랑은 그것을 내뱉지 않고 혼자만의 생각으로 남겼다.
'그를 안식시켜주게' 그가 반복했다.
'우리의 임무는 헬로스가 사멸하도록 하는 것이고, 우리의 브라더 캡틴은 이미 그 임무를 위한 최대의 값을 해냈네. 그를 챕터의 의무에서 해방시켜주게, 그것으로 다된 것이니.. '
그 누구도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침묵 속에 라이노 차체가 덜컹거리며, 차량 궤도 완충장치가 잠깐 끼익거렸다.
아포테카리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의 권총 형태의 카니펙스를 들어올렸다.
메넬레는 애통함 속에 이를 갈고, 또 갈며 그의 이름을 속삭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카니펙스는 점차 그에게 다가갔고, 마침내 관자놀이에 놓여졌다.
ps. 스마 소설 치곤 비극적이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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