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펙스는 아가이타스의 관자놀이에 조심스레 닿았다.
이제 작동되면, 기압식 메커니즘에 따라 금속 볼트가 환자의 두개골을 뚫고 들어가, 고통없는 일격의 죽음으로 인도하리라.
그러나 이 자리에는 장송가를 불러줄 채플린도,
이 괴로운 작업을 달래줄 위로의 말들도
그의 고귀한 전투 형제가 떠나는 자리를 기리는 말조차 없었다.
죽어가는 캡틴은 마지막으로 그의 떨리는 손을 바실리스 형제와 그가 들고 있는 컴퍼니 군기를 향해 뻗었고,
그의 손가락은 이미 흐릿해져버린 그의 두 눈으로는 찾을 수 없는 것을 향하고 있었다.
그때,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카니펙스가 작동했다.
아가이타스의 손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고,
그는 축 처져 아포테카리의 두 손 아래 늘어졌다.
잠시동안 그를 기리는 침묵이 흘렀으나
그 침묵의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메넬레와 두 명의 형제가 격실 반대로 날아갔다.
라이노의 엔진은 궤도가 허공을 가르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고, 메넬레는 격벽에 얼굴을 부딛히며 순간 중력이 뒤집히는 것을 느꼈다.
차량이 그대로 뒤집혔다.
그는 천장 벽에 부딛혔다가, 이내 아가테이아의 시신에 다리가 깔렸고
충격에 누군가의 볼터건이 격발되어 아포테카리의 백색 흉갑을 관통하고 피로 물들였다.
'이...' 메넬레가 뭐라 말하려던 찰나,
녹빛 섬광과 함께 라이노의 후미 햇치가 내부로 폭발하였다.
이제 헬로스와 마찬가지로, 그들 또한 불에 뒤덮혀 있었다.
그의 마비된 의식은 느리고 변덕스럽게 돌아오고 있었고, 사지는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으나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들어올리는 것을 느꼈다.
라이노 잔해 속에서 3명이 비틀거리며 기어나왔다.
7명에서 겨우 3명.
그중 한명인 바실리스는 아직도 군기를 지니고 있었다.
장대를 과대화된 목발 마냥 짚으며, 그는 메넬레를 부축하며 걸어나왔다.
그들 뒤로는 다른 라이노가 나뒹굴고 있었다.
아마 3분대?
그 라이노의 후미 격막은 직접 타격되어 연소되어 없었고, 형제들로 보이는 녹아버린 금속 장갑판으로 덮힌 사체들이 다 타버린 대지 이곳 저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볼터건 사격음이 울리고 있었고, 메넬레는 9th와 6th 분대의 생존자들이
나무숲에서부터 퇴각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부는 파워 팔스(대낫)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 검에는 이미 타이라니드들의 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이미 수많은 괴수들을 처단한 모양인지 필드 가동기들은 꺼져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들 뒤편으로, 검게 타버린 나무들 사이로 외계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칼날 다리들이 가득한 거대한 괴수들 아래
그에 비하자면 턱없이 작은 타이라니드 전사 개체에 속하는 생명체들이 이리뛰고 저리뛰며
마치 악몽에서 튀어나온 것들 마냥 다가오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위치의 바이오 타이탄 하나가 고막이 찢어질듯한 포효성을 질렀고, 놈의 다른 동족들은 이에 화답하여 괴성을 토해냈다.
'어떻게 이리 많을 수가..? 하이브 함선은 이미 죽었을텐데...'
그러나 이미 적은 다가와 있었고,
그의 신경기관은 초인-호르몬들과 전투 갑주에서 주입된 전투 자극제들을 통해 극도로 향상되어
충분히 홀로 설 수 있었고, 상황에 대응할 준비도 되어 있었다.
각오한 그는 그의 체인소드를 들어올렸고,
전술용 통신망을 가동시켰다.
'형제들이여, 집결이다. 하나 되어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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