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종족/쉴드 오브 바알 : 익스터미나투스

쉴드 오브 바알 : 익스터미나투스 - 타르타로스 2차전 -[32]

지게쿠스 2015. 6. 22. 16:44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ysV5r

아로판은 자갈, 비틀린 금속과 시체들이 한데 뒤엉켜 섞인 파편들의 언덕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대충 어딘가에 마그노비타리움의 제어 장치가 숨어 있었습니다.

이 잡석과 파편들의 언덕 어딘가에 말이죠.

잠시 어깨 너머로 눈을 내린, 채플린은 다른 전투 형제 한명이 거대한 개 발톱 비슷한 생체 무기에 산산조각나,

찢겨진 두 사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데스 컴퍼니가 오늘 겪은 손실은 너무나도 끔찍한 것이였으나,

아로판은 그의 책임을 잘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들이 조금이나마 더 버텨줄 수 있으리란 것을 신뢰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시선을 돌린, 그는 파괴된 보이드 돔 시설 내부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그 순간 그는 보았습니다.

어떤 기괴한 형태의 검은 금속 기둥을 말이죠.

주변 구조물들의 잔해 속에서도 아무런 해 없이 솟아있는 그것이 제국의 것이 아님은 너무나도 명백했습니다.

그의 볼트 피스톨을 집어넣은, 아로판은 그 장치를 향해 뛰어갔고

그러면서도 주변에 있을 지 모르는 괴수들의 흔적을 면밀히 살폈습니다.

무엇인가 감지한 그는 세걸음 정도 걷자마자 바로 자리에 멈춰 섰고

거대한 짐승이 그 순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괴수는 이때껏 아로판이 본 카니펙스들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크기의 괴물이였습니다.

동크기의 괴수들 중에서도 흉측하고, 등껍질에 격자 형태의 흉터들이 가득한

그 괴물의 차가운 존재 목적을 채플린은 놈의 영혼없는 두 눈동자에서 확인할 수 있었죠.

이 끔찍한 괴수가 하필 여기에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그는 생각했습니다.


놈은 분명 여기서 자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범인이라면 그대로 지리거나 도주했겠으나, 아로판은 그러한 자들과는 격이 달랐습니다.

한줌 공포도 없이 아로판은 그대로 적에게 돌격했고,

돌격하며 볼터 피스톨을 몇방 갈겼습니다.

강력한 반작용 볼트 탄환들은 괴수의 등껍질 부분에서 폭발하며 상당수 껍질들을 흩뿌렸으나,

괴수에게 딱히 통하지는 않았죠.

대신 묵직한 으르렁거림과 함께 괴수 또한 거대한 4 쌍의 발톱들을 들어올리며 흉악한 이빨들이 가득한 아가리를 벌린 채로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어느정도 가까워지자 아로판은 크로지우스 아카넘을 높게 들어올렸으나

순간 갑작스레 괴수의 생체 대포가 격발되며 탄환 하나가 그의 흉갑을 그대로 강타하였습니다.

충격에 멀리 나가떨어지고 

끔찍한 고통에 휩싸인 채플린은 지면에 추락함과 동시에 잡고 있던 볼트 피스톨을 그만 놓쳤지요.


그의 눈 앞에서 여러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아로판은 어떻게든 일어나려 애를 썼으나, 그의 흉갑에 박힌 탄환 덩어리는 이미 뒤엉키는, 가시달린 촉수들로 퍼져나가기 시작했지요.

그가 가슴팍에 꽂힌 포드를 내려다볼 때 쯤엔 이미 촉수들이 그의 양 두 손까지 뻗어 묶은 상태였고

다른 하나가 지금 그의 목을 휘감기 위해 덩쿨처럼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미 괴물은 그의 코앞까지 온 상태였고,

거대한 낫들은 그를 단숨에 꿰뚫기 위해 들어올려지고 있었죠.

아로판은 죽음을 직감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이때껏 본 적 없는 찬란한 광휘가 그가 있는 어둠에 잠긴 돔 시설 폐허를 가득 메웠습니다.

아로판은 그의 고통과, 눈 앞의 짐승조차도 

그리고 자신의 임무조차도 그를 감싼 찬란한 빛 속에서 일순간 잊어버렸지요.

그 빛 속에서, 채플린은 어떤 날개달린 인영이 천정에서 강림하는 것을 보았고

그의 영혼을 프라이마크께서 거두러 온 줄 알았습니다.

허나 그 와중에서도 느껴지는 외계인의 꿈틀대는 씨앗의 악취는 이것이 모두 현실임을 일깨워 주었지요.

천사와 같은 형상이 지면에 착지하자, 아로판은 그자가 그의 프라이마크가 아니라, 

대신 생귀노르였음을 깨달았습니다.


괴수는 시선을 이 새로운 위협에게로 돌렸고,

생귀노르의 은빛 검은 카니펙스가 날린 난폭한 공격을 막기 위해 순간 번쩍였습니다.


짐승과 전설이 서로 쏜살같은 강철의 검무와 무자비한 발톱의 공격으로 서로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아로판은 부셔진 땅바닥을 두 손으로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약간씩만 움직여도 곧바로 끔찍한 고통이 뒤따랐으나, 그는 그냥 참았습니다.

그는 네크론의 검은 기둥에 가까워졌을 때쯤 생귀노르 쪽을 힐끗 바라보았고,

생귀노르가 이제는 3마리의 카니펙스들과 싸우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신화적인 전사는 괴수들의 난폭한 공격들 속에서도 유연하고 손쉽게 피해다니며 

그들의 단단한 껍질에 무자비하고 유혈낭자한 도랑 상처를 파내고 있었지요.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거둔 아로판은 그의 온 힘을 다하여 기둥을 향해 몸을 끌어당겼고

그 기둥의 알수없는 의미의 작동 룬 문자에 손을 뻗었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하늘 위, 

궤도상에서 마침내 마그노비타리움이 빛의 염화를 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ps. 드디어 이 30편 이상되는 장편..

레비아탄과 간간히 설명글 포함하면 100쪽 이상 되는 이야기가 엔딩만을 남겨놓고 있네요.

엔딩 3편~4편 정도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