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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게이드 단편 : 긴 전쟁 (출처 워햄 40k 코덱스 단편)

지게쿠스 2015. 11. 21. 20:34

 

긴 전쟁

브라더 캡틴 칼슨은 지친 눈을 돌려 학살의 현장을 살펴보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부상은 그를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

그의 갑주 또한 멀쩡하지는 못하여

블랙 카라페이스를 통해 그는 갈라진 피부마냥 갑주의 상태를 감각으로 체험할 수 있었기에

사실상 죽은 자들이 더 났다고 느껴지는 중이였다.

그는 한때 전장의 군주라 불리었던 데몬 엔진의 난파되어 녹은 잔해로부터 그의 도금된 촉수들을 박았다.

과부하로 녹아버린 반응로는 아직도 따뜻했으나, 결국 그 날뛰던 영혼은 워프로 추방되었다.

거대한 크레이터 저편에는 처단된 워하운드 타이탄의 머리가 나뒹굴고 있었다.

아직도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그것은 재와 슬러그에 반쯤 파묻힌 상태였다.

 

칼슨은 승리한 반역자들이 천박한 주류를 들이키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며

그들이 추잡한 농담과 잡담을 떠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소수의 살아남은 컬티스트들은 춤추고 노래하며 폐허 위에서 살아남았음을 자축하고 있었으나,

그들이 아직 깨닫지 못한고로, 그들은 이미 죽은 흙수저들에 불과했다.

그들을 살피던 워프의 아비 어미 악마들은 이미 오래 전에 추방되었으며, 워프의 균열은 닫힌 지 오래였다.

그가 이끄는 카오스 스페이스 마린들 또한 얼마 안가 떠나리라.

자신들의 지원이 없어진다면, 제국군들은 얼마 안가 이 행성에서 반역자들의 군세를 손쉽게 꺾어버릴 것이였다.

오래 기다릴 것도 없이, 그들은 총 전력을 앞세워 지금 오고 있을 것일지니.

그리고 안타깝게도 칼슨에게 이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저 너머, 다른 곳에는 더 많은 행성들이 존재하니까.

 

까닭없이 정처없이 흐르던 그의 발걸음은 어느샌가 한때 황제 승천의 날을 기리던 성당의 폐허로 그를 이끌었다.

사방에 검게 그슬린 수많은 해골들과 녹아내린 갑주들이 가득하였기에, 누가 봐도 이곳은 가장 거친 전장이였음이 분명해 보였다.

순간 그는 자갈을 통해 무언가 신음 소리같은 것을 잡아내었고ㅡ

녹아내린 건물의 안쪽에서부터 인물 하나가 걸어나오는 것을 감지했다.

그는 스페이스 마린이였으며, 반파된 헬멧을 집어던지며 증오로 가득한 두 눈을 빛내는 그 자는 블러드 엔젤 챕터 마린이였다.

분노에 휩싸여 광인마냥 절뚝이며 다가오는 그는 고통 속에서 어떻게든 볼트 피스톨을 꺼내들으려 애쓰고 있었다.

 

"반역자! 이단. 혐오스런 것아!"

 

스페이스 마린이 욕설을 내뱉었다.

칼슨은 거의 반사적으로 움직여 어느새 흔들리는 총열을 그 마린에게로 겨누고 있었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도 부디 이 블러드 엔젤이 방아쇠를 당겨주기만을

잠깐은 생각했었다.

 

칼슨의 끔찍하게 변이된 구강에서 쓴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제는 무슨 말을 해도 같지 않겠지.

대신 그는 그의 이 증오를 한번에 표현해줄 단어를 생각해보았다.

그의 부패한 영혼 어딘가 남아있을, 이 1만년간의 증오를 한 번에 표현해줄 단어를.

마침내 그가 말했다.

 

"형제여,"

 

잠깐의 공포가 블러드 엔젤의 부상 가득한 얼굴에서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그의 볼터 피스톨 방아쇠를 당기려 애썼고, 그 모습을 발견한 칼슨은 무기를 들어올렸다.

이윽고 터져나온 한 발의 탄환은 블러드 엔젤을 산산조각냈고, 그는 비명 한마디 없이 쓰러졌다.

그러나 칼슨은 부디 비명을 질러주길 바라며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결국엔 실망에 빠지며.

 

그 잠깐동안 칼슨은 모든 스페이스 마린들을 보고 싶어졌다.

무저갱에 가까운 깊이와 크기의 증오와 분노로 그들 모두를 쳐죽일수만도 있을것 같았다.

이후 아마 모든 것이 폐허가 되고 은하계가 불탈 때까지 싸우겠지..

그에게 안식이나 평화는 꿈 속에도 없을 이야기였다.

 

긴 전쟁은 이렇게 계속 이어지리라..

 

ps.죽지못해 사는 카스마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