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 데갈리오는 못마땅해하는 표정으로 눈썹을 일그러트리며 얼굴을 구겼다.
그의 나이트 아머 좌석에 초조하게 앉은 그는,
저편의 산줄기에 서있는 그의 왕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은빛으로 칠해진 해골 가면은 서서히 저물어가는 태양빛 아래 반짝이고 있었고,
그런 그녀는 하우스 데갈리오의 위대한 열쇠들 중 하나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꽤나 거대한 의식용 로브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신성한 산의 문에 장식된 여신상들만큼이나 작고 연약해보였다.
그녀 옆에 있었어야 하는 것은 바로 나였어야 하는데, 네루는 생각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설령 지금 저 자리에 있는게 전설적인 제랑티우스라고 해도
그녀 옆에는 바로 자신이 있었어야 했었다고
그는 곱씹어 되네이며 그녀와 그를 무겁게 처다보았다.
만약 명예의 문제였다면 그는 당장 왕비를 눌러버리고, 곧바로 제랑티우스와 지상에서 맞붙어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하늘에서 반짝이는 유성이 시간이 갈 수록 커져가며 모든 가문들과 임페리얼 가드 연대들 사이에 불안감이 증폭되어갔고 위기감이 도래하여,
지금은 그러한 류의 싸움보다는 더 큰 것을 향해 나아갈 때였다.
그때 산 경사면을 타고 묵직한 폭발음이 들려오자 공상에 빠져있던 그는 화들짝 놀라며,
곧바로 반사적으로 무기를 들어올림과 동시에 소리의 근원을 찾아 전방의 디스플레이를 스캔했다.
그리고 그 소리가 자신의 왕비인 '열쇠들의 여인'과 그녀의 옆에 선 기사 바로 앞의,
거대한 '신성한 문'이 아래로 열리며 만들어지는 소리임을 깨달았다.
고대의 기계공학에 의해 설계된 그 거대한 문은 아래로 열려지며 덮혀있던 수많은 먼지들을 털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거대한 황철 문이 안쪽으로 열리기 시작하자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오더니만
미터 간격으로 열리다가 도중에 갑자기 멈춰섰다.
이에 가장 먼저 들어간 것은 제랑티우스였다.
그는 자갈 아래 한쪽 무릎을 굽힌 다음,
문에 어깨 견갑을 맞대고 스파크가 사방에 튀길 정도로 힘껏 밀어붙여 그것을 강제로 열어냈고,
그러자 드러난 거대한 문 안의 공간은 이 거대한 고대의 기사조차도 작아보이게 만들 정도였다.
문이 다 개방되자 기사는 우아한 동작으로 체인소드를 휘둘러 데갈리오 왕비를 안으로 들어가도록 모셨고,
그녀는 귀품있는 움직임으로 숙여 인사한다음
날개를 퍼덕이는 세라핌 시종들과 함께 안으로 입실하였다.
제랑티우스는 그녀에 뒤따라 안에 입장하였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짦막하게 대문의 여신상들 아래 머리숙였다.
이후 로드 네루는 장장 3시간 동안을 기다려야만 했으나,
해가 떠오를 때쯤 되자 묵직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하며 메카니쿠스 왕좌의 크랙손들이 일제히 울리기 시작했다.
지면의 진동은 점차 강해지고 있었고,
그 진동은 그의 기사 슈트인 '화이트 워든'이 힘을 줘 버텨야 할 정도가 될 때까지 강해져갔다.
동시에 좌측 우측에서 균열들이
기이할 정도로 규칙적인 패턴을 그리며 메마른 바윗덩어리들과 굴러떨어져가는 바윗조각들 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성한 산맥이 다시금 각성하려는 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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