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상투스 리치 - 늑대의 시간

레드 와! : 상투스 리치 vo.2 : 늑대들의 분노 - 11 -

지게쿠스 2016. 3. 22. 20:33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아드리안 스미스의 그림나르)


늑대들의 분노

라그나르 블랙메인과 그의 살아남은 전사들은 적들의 대양 속에 고립되었습니다.

적들에게 차단되고 포위당한 그들은 매 분이 지날수록 힘을 잃어갔고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스페이스 울프들은 형제들을 버리는 비정한 자들이 아니였습니다.

설령 가능성이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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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힌 짐승들-

블랙메인의 위기에 대해 전해들은 크롬은 자신의 무력한 상황에 크게 분개해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와 그의 형제들은 아직 전투에 나설 준비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였지요.

끓어오르는 섬에서 크롬과 그의 형제들 모두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로 복귀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크롬은 자신 또한 골절된 두개골이 다시 붙기를 기다리며 참을성 있게 기다렸습니다.

그는 답답함 속에 욕설과 분노를 토해내면서도,

결국 끓어오르는 섬에서 그럭을 잡으려던 자신의 선택이 무모했음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블랙메인 자식에게는 조금의 애착도 가지 않지만, 만약 그가 정말로 죽는다면 죄책감이 그의 어깨를 평생 짓누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용눈깔 크롬은 절대 그런 모욕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인물이 아니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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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간 그림나르의 분노 가득 실린 주먹이 홀로맵 테이블을 강타하며 나는 소리가 신성한 산맥의 알라릭 요새 전략실을 가득 채웠습니다.

기사 측 사신들과 카디안 인들은 모두 분노에 휩싸인 그레이트 울프가 찌그러져 스파크 튀는 테이블 주변을 멤돌다가 총사령관 스테인에게 다가가는 것을 걱정 속에 지켜보았습니다.

거대한 그림나르의 앞에 놓이자 스테인은 왜소해 보일 정도로 작았으나,

그럼에도 그는 자리를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해보시지. 총사령관 스테인?'

 

그림나르의 목소리가 위협적일 정도로 끓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의 뒤편으로는 거대한 늑대 두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어 더욱 위협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죠.

분위기는 너무나도 냉랭하고 긴장 가득하여 스테인이 긴장 속에 침 삼키는 소리까지 크게 들릴 정도였으나,

그 고요를 깨고 스테인이 입을 열었습니다.

 

'로드 그림나르이시여, 모든 존경을 담아 말하지만, 당신의 전사들은 목숨을 잃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수해야될 위치를 버렸었고

덕분에 제 장병들 다수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게다가 스스로 적들 깊숙히 파고들어가는 우를 범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카디안들이 의무를 피하겠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다만 말하고 싶은 것은, 울프 로드를 구하겠다는 당신의 생각은 전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현실을 직시하셔야 됩니다. 로드 그림나르...

 

당신은 절대로 그를 구할 수 없습니다.'

 

말을 마친 직후 그림나르는 말 없이 한동안 스테인을 노려보았고,

천하의 스테인조차 그의 앞에선 두려움에 잠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직후 그는 얼굴을 찌뿌리더니 등을 돌리며 말했습니다.

 

'그래. 스테인 경,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지.

당신과 같은 보통 인간들에게는 말이야.'

 

그것으로 말을 마친 그림나르는 양 옆의 거대한 늑대들과 함께 전략실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비록 좌절감이 가득했으나, 그림나르는 라그나르와 그의 형제들을 버릴 생각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이후 요새의 복도들을 성큼성큼 걸어가며, 그림나르는 음성망을 통해 쉴새없이 명령을 하달하였습니다.

음성망을 통해 보고들티 속속들이 들어올 때마다 그는 허리를 타고 흐르는 오한을 느꼈습니다.

일전에 스톰콜러는 그림나르에게 젊은 늑대가 쓰러지기 전 그를 전투에서 구해낼 수 있을 것이라 예언하였으나,

그가 처한 전투의 도가니 속에 울프 가드들과 함께 그를 구하기 위해 직접 들어간다는 것은 역으로 절망적인 것이 될 수도 있는 길이였습니다.

그가 처한 전장의 상황으로 볼 때 다수가 결국 돌아오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혈기 가득한 자신의 제자를 그대로 죽도록 냅둘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명령을 하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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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들이 상투스 리치로 떠나기 몇 일 전..

 

엔잘 스톰콜러는 갓 벗겨낸 가죽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동굴 속에서 차가운 공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블랙 카라페이스를 벗겨낸 엔잘의 거대한 몸은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룬 문자들이 가득 새겨져 있었고,

그런 그의 주변에는 수 개의 룬스톤들과 피가 묻은 얼음 조각들이 희미한 증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엔잘은 그 증기를 천천히 들이마쉬고는,

눈을 감으며 폭풍의 눈을 연상하며 마치 칼날처럼 현실의 꺼풀을 벗겨내며 자신의 의식을 더욱 더 깊숙히 내려보냈다.

내면의 눈을 통해, 그는 끈적이며 흐르는 필연적 결과들이 워프의 배면을 지나 자신에게로 흐르고 있는 것을 지켜보았다.

형이상학적인 운명의 바다 속을 헤엄치며, 그는 계시들을 읽기 시작하였다.

 

동굴의 벽을 따라 화염과 얼음의 흐릿한 물결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흩어진 룬스톤들은 점차 둥둥 떠오르기 시작하며, 태양 주변을 떠도는 별들처럼 펜리스의 싸이커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스톰콜러의 영혼이 이미 그의 육신을 떠나 워프를 떠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입술은 여전히 옴싹이고 있었으며

그 속에서는 예언의 문구들이 속삭여지고 있었다.

그의 어깨 위에는 늑대 두개골로 된 서보 스컬이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기계는 두르마리를 물고 계속해서 니잘이 중얼거리는 예언을 적어나가고 있었다.

 

'젊은 늑대와 '늙은 자'가...둘 다 위험에 처하리로다...끓어오르는 대양의 행성에서...증오가 증오를 낳고, 피가 피를 부르는도다...늑대가 스스로 짐승의 아가리로 뛰어드는 것이 보인다...그러나 프라이마크의 울부짖음들이 하나로 모일지어니...화염과 피의 하늘까지 울려 퍼질 것이다..

그리고 폭풍과 같은 분노가 내려칠것이니...수백만의 검들이 하나로 뭉치고...도살이 행성을 씻겨낼 것이지만...러스가 그의 아들들을 가호하리라..'

 

이 말을 끝으로 엔잘의 두 눈이 떠지며 청백색 안광을 발하기 시작했다.

 

'분노의 무기들이 풀려난 짐승을 도살하리라!'

 

마침내 그가 중얼거림을 멈추고 손과 무릎을 떨구며 앞으로 고꾸라졌고,

그의 두 눈에선 밝게 빛나던 빛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가죽 매트 위에 피와 오물을 토해냈는데,

그와 동시에 둥둥 떠다니던 룬스톤들도 일제히 동굴의 얼음 바닥에 떨어졌다.

룬스톤들은 그대로 반으로 갈라져버렸는데,

마치 불길 속에서 타오르듯 아직도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천천히, 스톰콜러가 일어서기 시작했고

초인적 감각이 그의 정신을 다시 현실 세계로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서보 스컬이 물고 있던 예언이 적힌 두루마리를 잡아 뜯고는 기괴한 서비터가 내는 기계음들은 무시하며 그것을 읽어내려가기 시작는데,

읽을수록 그의 이마에서는 주름살이 패여져갔다.

프라이마크의 울부짖음들?

챕터의 무시무시한 유물들부터 챕터의 강력한 전사들까지,

따지면 스페이스 울프 챕터의 아무거나 가져다 대도 러스의 울부짖음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생각하자면 진정한 프라이마크의 울부짖음이란 그림나르의 울프 가드 전사들일 것임이 분명했다.

 

그림나르와 블랙메인은 이제 수일 후면 상투스 리치로 떠날 것이리라..

그들이 떠나기 전에, 스톰콜러는 이 경고를 그들에게 들려줄 생각이였다.


ps. 그림나르가 예언을 듣고 나면 속으로

'이 늙은 미친놈이 또 뭐라 씨부리는거냐?'

라고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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