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종족/쉴드 오브 바알 외전 : 데스스톰
피의 비밀
칼리엔이 바라본 아스포덱스 행성의 하늘은 짙은 독극 매연 구름들로 뒤덮혀 칙칙하고 우울하였습니다.
그것은 대륙 사이즈의 도시인 이 포디아 하이브에서 나오는 독극물 매연 때문이였지요.
한때 이 어두운 하늘 아래, 수백억의 거주민들이 아스포덱스 행성의 권력 다수를 손에 쥔 비밀 범죄 카르텔들의 두목들의 착취에 신음하며 거대한 공장들과 증기 농장들 아래 혹사당하며 삶을 연명하고 있었고
그들의 우두머리이자 행성의 대총독인 아우구스투스 플럭스는 불평등과 빈부격차가 극심하여 병들어가는 행성 사정에는 아랑곳않고
그저 공허한 허례의식들과 뜻 없는 축제들에만 열을 올리며 사치 속에 찌들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모든 것이 사라졌지만요.
코르불로는 사티스 성계와 근방에서 사트릭스 엘릭서를 사용하는 성계들을 탐색하고 연구한 끝에
늙은 플럭스와 그의 혈족이 성계의 모든 거주민들 중에서도 특이하게 독보적인 유전적 변이를 겪어,
체내에서 사트릭스 엘릭서와 비슷한 성분을 만들어 냄으로써 방사능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트릭스 엘릭서를 주입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블러드 엔젤 함대가 아스포덱스 행성에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생귀노리 프리스트는 칼라엔에게 명확한 지시 하나를 하달해주었습니다.
그것은 이 행성 총독과 그의 직계 후손들을 찾아내어 데려오라는 것이였지요.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그들의 피 샘플이라도 필요했습니다.
이에 따라 블러드 엔젤 본대가 생존 인원 구출 등의 목적을 위해 아스포덱스 행성에 공습을 개시할 때,
칼리엔을 필두로 한 공습작전팀 '데스스톰'은 폐허가 된 포디아 시 중심부로 직접 텔레포트 공습을 실시하였습니다.
신비로운 워프의 불빛과 함께, 칼리엔과 4개의 터미네이터 분대들이 도심 한복판의 광장 위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붉은 터미네이터 갑주를 입은 영웅들은 행성 총독이 전에 사용했던,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총독 성 근처에 텔레포트하였는데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 총독 빌딩은 이전 수 일간의 제국군과 타이라니드 간의 치열한 전투에 의해 완전히 황폐화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칼리엔은 도시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미 도시가 '흡수'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지옥별 레위나에서나 볼법한 기이한 외계 식물체들이 폐허가 되어버린 건물들을 따라 덩쿨처럼 자라나고 있었고,
미세 스포어 가스를 내뿜는 스포어 굴뚝들이 이미 높게 자라나며 하늘까지 솟아나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 아래로, 자갈과 파편들로 뒤덮힌 거리로는 구더기 같은 흡수 조직체들이 가드맨들과 타이라니드 동족 모두의 시체들을 게걸스레 섭취하며 포식하고 있었고,
그 외에도 도시 폐허들의 그림자 이곳 저곳에 사지 여럿 달린 짐승들이 숨어있는 것이 칼리엔의 날카로운 시선에 포착되었습니다.
일단 성을 중심으로 대형을 전개한, 터미네이터들은 썩어가는 임페리얼 가드맨 시신들과 불타는 전차들로 가득한 거리들을 정밀하게 스캔했습니다.
직후 경계 대형을 유지하며 이동할 것을 지시한 칼리엔은 그의 슈트에 내장된 탐색기들을 가동시켜,
혹여 접근하거나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생명의 신호를 감지하였습니다.
그러나 터미네이터 슈트에 내장되어 궤도상 함대와 정보를 연계해주는 첨단 장거리 탐색기들은 애매하고 희미한 신호만을 보여주고 있었지요.
현재 블러드 엔젤이 참고하고 있는 아스포덱스 행성의 데이터 대부분은 궤도의 통신 위성들에게서 얻어온 것이였고,
이 정보들은 최신이라고 해봐야 수 일은 지난 것들이여서 정확하게 참고하기에는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하이브 함대의 영향 때문인지 지역 통신망조차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심하게 들리고 있었지만,
칼리엔은 '트리뷴 행정구', 현재 자신들이 위치한 광장과 총독궁이 위치한 이 중심구가 어떤 상황이였는지를 바로 간파해냈습니다.
지금 제국 음성망을 통해 간간히 들려오는 공포에 질린 명령들과 지원 요청들을 통해 그는 전투가 이미 여기까지 전개되었다가 끝난 후이며,
이 광장 자체는 하루 전 정도에 임페리얼 가드군이 포기하고 후퇴한 상황임이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 광장에서 후퇴한 아스트라 밀리타룸과 플럭시안 왕조의 PDF 연대들의 생존자들은 어딘가에서 최후의 결전을 펼치고 있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의 의안에 내장된 첨단 초확대 다중겹 렌즈들을 가동시킨 칼리엔은 마치 송곳니와 발톱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검은 토네이도처럼 보이는 수많은 날개달린 짐승들의 떼가 지평선 방향으로 날아가며
공장 지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존자들에게 신경쓸 때가 아니였습니다.
자신들에게는 자신들의 중요한 임무가 있었고, 생존자들은 이제 곧 도착할 블러드 엔젤 1st 중대의 나머지 형제들과 2nd 중대의 전사들,
그리고 후계 챕터인 플레시 티어러 챕터의 소수 파견원들에 의해 구원될 것이였습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그제서야 진정한 전투가 막을 올릴 것이였지요.
칼리엔은 그의 터미네이터 형제들에게 총독궁 내부로 진입하여 탐색 작전을 개시할 것을 지시하며,
부디 아우구스투스 플럭스 혹은 그의 직계 혈통 일원을 찾을 수 있게 되길 기원했습니다.
명령에 따라 붉은 거인들은 날카로운 경계를 유지하며 일열 종대 대형으로 이동하며, 총독궁의 거대한 문인 '포디안 게이트'를 넘어 궁 내부로 진입하였지요.
계단을 오르는 그들은 최적의 거리인 1백 야드를 정확히 유지하고 있었고,
그들과 함께하며 칼리엔은 주변에 펼쳐진 완전한 파괴의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보아하니, 아스트라 밀리타룸은 이 자리에서 최후의 저항을 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성문 아래 피에 젖은 샌드백 진지들 뒤편으로 가드맨들의 시체가 가득 쌓여 있었고,
외계인들의 피와 검게 타버린 무기 짐승들의 시체가 그들과 함께 이곳저곳 널려 있었습니다.
칼리엔은 어느 한 임페리얼 가드 장교의 시체를 넘어가며,
죽었음에도 아직도 굳세게 볼트 피스톨을 쥐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지요.
칼리엔과 그의 터미네이터 형제들은 마침내 계단을 올라, 총독궁의 어두운 내부로 진입하였습니다.
한편, 폐허가 되어버린 광장에 한복판의 황제의 부셔진 석상 파편들 아래,
그늘 속에 몸을 숨긴 외계인이 두 눈을 차갑게 빛내며 블러드 엔젤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직후 단 한번의 부드러운 움직임과 함께 그 생명체는 자신들의 동족을 불러들이기 위해 폐허들 사이로 다시 물러났습니다.
폐허 속에서 놈의 길고, 날카로운 발톱이 가득한 사지는 자신 앞에 몰려오는 하위 생명체들의 물결 아래 계속해서 번득이고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