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마린-크림슨 슬레터

크림슨 세이버 -7- (출처 크림슨 슬레터 코덱스)

지게쿠스 2014. 10. 23. 12:27


(명예로운 죽음이냐, 비참한 죽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이 오브 테러로

머리 속의 목소리들이 잠잠해지자, 크림슨 슬레터는 그제서야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끔찍한 학살의 현장을 직시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다시는 용서받지 못할 끔찍한 죄악을 저지른 것입니다.

여기에서 더 무엇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인류 제국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던 나날들의 대가가 이제는 추방 밖에는 없었습니다.

덤으로 귀신들까지 씌인 채로 말이죠.

게다가 이 귀신들은 어느새 새로이 나타나 그들의 머리 속을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데미트라 대학살 이후 챕터 마스터 세바스투스에게로 라이브러리안들이 테라의 하이 로드들에게서 첨탐한 공문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최악의 결과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크림슨 세이버는 이제 '말소되어야 할 반역자'로 선고 받아 있었습니다.

아예 반역자라고 이름 앞에 분류되어 있었지요.

얼마 안가 제국의 모든 군대들이 이제 크림슨 세이버를 향해 포문들을 열 참이였습니다.

 

크라논은 마음 한켠으로는 이러한 처사가 당연하리라고 납득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초장부터 어떠한 수사나 조사 없이 바로 이단자로 처단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나마, 극단적이긴 하나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였습니다.

 

하지만 머리 속에서 그런 변명을 그리는 와중에도, 크라논은 데미트라에서 자신들이 학살했던 자들의 얼굴이 자꾸 자꾸 떠올렸습니다.

어쩌면 그 본인의 양심의 소리일지도 모르는, 머리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크림슨 세이버의 마지막 남은 희망은 제국의 나태한 관료층이 '사건들'에 대해 간과하는 것 뿐이라고 속삭였습니다.

허나 크라논은 이미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챕터가 굴복하여 절제에 실패한 폭력 행위들과, 자신들을 괴롭히는 목소리들은 어떤 식으로든 변명이 불가능한 것이였음을 말이죠.

 

어찌되었건 필연적으로 이끌레시아키는 자신들을 반역자들 내지는 악마 숭배자들로 낙인찍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이제 은하계 제일의 제국이 지닌 모든 무력이 그들에게로 등을 돌릴 것이였습니다.

 

그리고 크라논에게는 이들과 대적할 방법도 의지도 없었습니다.

 

사냥꾼이 되느냐 혹은 사냥당하느냐?

이미 항해 경로가 파악되어버렸기에, 크라논은 제국 군세들보다 빠르게 모성 드로쉬에 도착하느 것은 불가능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크라논은 모성의 거주자들에게 경고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요새 수도원에 남아있는 자들이 종국에 맞이할 무자비한 처벌보다는 차라리 익스터미나투스로 행성과 함께 타버리는 것이 훨씬 빠르고 더욱 자비로웠을 테니까요.

수많은 시종들, 서비터들과 덜 교육된 스카웃들과 그 외 거주자들 모두가 어찌되었건 죽게 될 것이였습니다.

 

크라논은 모성의 달 방어 포 기지들에 남아있는 오랜 베테랑 형제들과, 오래 전에 그가 모셨던 스카웃 서젼트들을 떠올렸습니다.

치열한 전장은 어느 스페이스 마린들에게나 위태로운 것이였으나, 사실 모든 스페이스 마린들이라면 명예롭게 인류 제국과 황제를 위한 전장에서 전사하는 것을 희망할 것입니다.

그러나 싸이클롭스 어뢰의 무시무시한 파멸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은 그야말로 괴로운 불명예 그 자체였습니다.

 

크라논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힘을 다하여 챕터를 위하기로 천명하였습니다.

더불어 마치 어깨 위에 올려졌던 짐들이 사라진 듯, 그는 더이상 그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그 자신만의 생각인지 아니면 증오스러운 목소리들의 속삭임들에 의해서인지는 아직 분간되지 않았지만요.

사실 그는 이미 그 속삭임들이 잠재 의식을 긁어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옳던 그르던, 이미 그들은 뼛속까지 침투해 있었습니다.

 

라이브러리안들을 불러모은 크라논은 드로쉬에 전보 하나를 보낼 것을 지시했습니다.


거기에는 가능하다면 도망치라고 적혀 있었지요.

행성 혹은 행성의 오래된 달 기지인 로곤에 남아 최후를 맞이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에게 합류하라고

그렇게 최후 통첩을 보냈습니다.

그들이 결국 예고된 운명을 맞이했는지 아니면 어떤 다른 운명의 길이 그들 앞에 펼쳐졌던지, 크라논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성역을 빼았긴, 크림슨 세이버는 이제 무자비한 추격을 당하게 되었으니까요.

 

전보를 보낸 직후, 세바스투스 크라논은 '검 대회의'를 창설하였습니다.

챕터의 현 인원 전부를 불러 모았지요.

곧 '붉은 명예'호의 가장 거대한 장소인 '대 사브레 홀'에 맹세들과 수많은 전투들로 맺어진 전 계급의 전투 형제들이 모였습니다.

모두는 크라논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데미트라 사건 이후 사라진 줄 알았던 '초대받지 않은 목소리들'이 다시 그들의 머리 속을 울리기 시작한 그 순간에서조차도

이들은 간절히 그들의 챕터 마스터가 구원의 결과를 들려주기를 염원했습니다.

 

마침내 크라논이 말했습니다.

그는 가장 먼저 자신들이 처음 스페이스 마린들로써 신체들이 개조되어 새로운 장기들이 심어졌던 그 순간에 겪고 견뎌내야 했던 그 '물리적 고통'들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다음 그는 자신들의 약속과 헌신에 대해 말했습니다.

또한 챕터의 명예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워프에서 비롯된, 그를 포함한 모두의 머리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들의 저주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마침내, 크라논은 사족 없이 자신들에게 남은 단 하나의 선택지에 대해 모두에게 말했습니다.

 

오직 끔찍한 전투와 그 끝에 이어질 죽음만이 크림슨 세이버를 그들에게 빙의된 저주스러운 목소리로부터 해방시켜줄 것이였습니다.

이에 세바스투스 크라논은 챕터 마스터로써 아이 오브 테러로 전 함대가 항해할 것을 계획하였습니다.

거기에서, 챕터 전원은 그 탕아의 지역에 도사리고 있는 지옥에서 잉태된 악랄한 반역자들과 싸워 결국 순결한 채로 모두 전사할 것이였습니다.

 

설령 그렇게 할 지라도 결국엔 반역자로 낙인찍힐 것이였습니다.

그러나 크라논은 자신들은 결코 그러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최후는 고귀로울 것이였습니다.

그야말로 고대의 전설들 속에 나오는 영웅들에게 어울릴법한 최후를 그는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끝으로 그는 크림슨 세이버를 떠나고 싶은 자가 있거들랑 그리 하라고 말했습니다.

 

챕터 마스터의 말이 끝나고, 함선 홀의 거대한 원형 지붕 아래서 무거운 침묵 아래 전 스페이스 마린들은 그의 마지막 계획에 대해 숙고하고 또 숙고하였습니다.


ps. 읽고 댓글

오래간만에 돌아왔습니다.

눈물나네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