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이브의 함락
화물선 '나그네'라 인식된 함선의 불법적인 접근에 알람이 작동되며 경고음들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함선은 현재 그레이브 우주 항구가 쏘아올리는 착륙 신호들과 랜딩 라이트들에서 일탈하며 제멋대로 항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이상한 일은 아니였습니다.
이러한 일은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였지요.
대부분의 경우 서류상 문제 때문이였고, 그렇기에 한 수 일 정도면 대부분의 비슷한 사건들은 다 해결됬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 또한 그런 식으로 뇌물과 관련된 것이겠구나 하고 대부분 관대하게 넘어갔습니다.
셀부스 행성인들에게 타행성 상인들은 그리 신용있는 정직한 자들은 아니였기 때문이였죠.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철수 명령에도 불구하고 나그네 호가 3기의 셔틀선을 제멋대로 발사한 것입니다.
그들은 복귀 명령조차 무시하고 아예 통신망을 꺼버려
행성 당국 관리들이 그들로부터 들을 수 있었던 대답은 오직 지지직거리는 방해 전파 뿐이였습니다.
명령에도 불구하고 셔틀선들이 저궤도까지 진입하자 행성 방위군으로써는 어쩔 수 없이 경고 사격하였으나
그들은 멈추지 않았고, 이에 항구 담당 관리들은 어쩌면 이것이 일종의 침공 행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도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3, 4세대 전에 오크의 침공이 있었고
그보다 이전에 상선 해로가 엘다 약탈자들에 의해 약탈되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셀부스는 180억의 인간이 거주하는 행성이였고
지금 내려오고 있는 낡은 수송선들은 겨우 1백명 들어갈까 말까한 크기였습니다.
심지어 전투용도 아니였지요.
방어군 측은 어떤 큰 실수를 한 것도, 그렇다고 지금까지 조우한 가장 교활하고 절망적인 침략자들을 상대로 하고 있는 것도 아니였기에
PDF 장교들과 분대장들은 오히려 흥미롭게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접근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허나 분명한 것은 착륙 신호들과 랜딩 라이트들을 무시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라는 것이였고
이에 항구 총 책임자는 착륙장들 주변에 배치된 대공 포화용 포열들을 가동시킬 것을 명령했습니다.
곧 하늘이 불길에 휩싸이며 접근하는 수송선들 중 2대가 적중했지요.
그중 한대는 불에 휩싸인 덩어리가 되어 폭발했고, 나머지 한대는 하이브 첨탑들로부터 남쪽에 위치한 잿더미 황무지 방향으로 빙빙 돌며 추락했습니다.
마지막 한 척의 수송선은 착륙에는 무사히 성공하였으나
PDF 병력들은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수송선 착륙 지점을 애워 싸며 순식간에 포위망을 형성하였습니다.
함선이 어디 출신인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착륙한 한 대의 수송선은 무슨 오크 행성에서 온 마냥 낡고 더러웠습니다.
연료 같은 검은 액체가 금속 선체 틈에서 새어나오고 있었고, 녹슬고 부풀어오른 표면은 무슨 피부가 물집과 종양들로 덮힌 것 마냥 보였습니다.
모두의 주시 속에서 선체의 화물 입구가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고
검은 매연 같은 것이 그 속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얼핏 보면 선체 내부가 불길에 뒤덮힌 것 같기도 했지요.
이 때문에 PDF 병사들은 내부에서 화염이 터지는 바람에 모선으로부터 절망적으로 탈출을 감행한 것이 아닐까 얼핏 추측했습니다.
불길 때문에 선원들이 정신줄이 나간 것으로 말이죠.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매연이 아니였습니다.
매연으로 착각할 정도로 수많은 파리 떼들이 윙윙거리며 사방으로 흩어져 호기심에 차서 지켜보던 병사들을 덮쳤습니다.
그것 만으로도 공포스러웠으나 진정한 공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요.
그 다음으로 내린 것은 무시무시한 스페이스 마린들이였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한때 스페이스 마린들이였던 자들
이제는 플레이그 마린들이라 불리우는 자들이였습니다.
플레이그 마린들이 셀부스에 강림한 것입니다!
그 끔찍한 외형에 PDF 병력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으나 그들은 훈련받은 것을 곧바로 기억해내고는
즉각적으로 모든 화기를 총 동원하여 사격을 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라스건 사격은 무용하였고, 그들에게 라스건 사격은 환호하고 환영하는 것과 별로 다를 바 없어 보일 정도였죠.
플레이그 마린들은 마치 어떠한 공격도 받지 않는 듯 수많은 사격에도 묵묵히 전진하고 있었고
소수만이 라스건 광선들에 살짝 전율하였으나 그것조차도 곧바로 안정을 찾아 다시 걸어나갔습니다.
그들은 자신들 전방을 둘러싼 포위망의 절반 쯤 되는 거리까지 도달하자 마침내 사격을 개시하였습니다.
순식간에 볼트 탄환들이 터져 나가며 PDF 병사들의 방어선을 이곳 저곳 박살냈고
방어선 이곳 저곳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방어선간 간격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와중에 플레이그 마린 하나가 일종의 가스 수류탄 같은 것을 던지자
남은 PDF 병력은 전의를 상실하여 모두 도주하였습니다.
이후 일어난 대 학살은 그야말로 짧지만 행성 역사상 가장 끔찍했습니다.
플레이그 마린들은 PDF 병사들과 항구 작업자들을 모조리 수확해나갔고
모든 탄환이 바닥날 때까지 학살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더이상 그들을 막을 자들이 없자, 그들은 다시 수송선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궤도의 함선으로 복귀하였습니다.
그들은 더이상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았지요.
허나 이미 원하는 목표는 이룬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겨우 항구 하나에서 학살이나 자행하는 것이 아니였습니다.
대신 진짜 목표로 했던 것은 이미 도시로 퍼지기 시작한 전염병의 창궐이였지요.
이후 단 1주 만에, 바이러스의 대유행에 의해 셀부스는 멸망했습니다.
ps. 읽고 댓글
음..근데 그럴 꺼면 어차피 못막을거 같은데
바이러스 폭탄을 그냥 하늘에서 투하해도 될꺼 아닌가 싶네요.
뇌까지 썩으신 분들일테니 무슨 생각인지는 저로써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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