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안개
플레시 티어러 측과 그들의 동맹들은 어뎁타 소로리타스의 대성당 폐허에 최후의 방어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생존을 건 투쟁은 단순히 그들의 목숨이 걸린 일 이상의 일이였습니다.
세스가 마그노비타리룸과 이곳간 연결을 계속 유지시키는 한, 그만큼 더 빨리 타르타로스의 거대한 태양 거울이 에이로스를 조준할 수 있었기 때문이였지요.
타이라니드 떼들을 피해 필사의 이주를 감행하던 호송대는 이 행성에 최초로 황제의 광명이 내려온 어뎁타 소로리타스의 대성당까지 도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성당 벽 내부에 정지한 거대한 크로울러 선들 내부에서 유랑민들은 자신들을 기다리는 파멸을 두려워하고 있었고, 플레시 티어러들과 자매들은 곧이어 다가올 외계인들의 공습에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가브리엘 세스와 아미티 호프는 최후의 준비를 위해 병력들을 모두 불러모았고, 크립투스의 불타는 쌍둥이 태양 아래 그들의 암적색 갑주와 백색 갑옷이 빛을 받아 반짝였습니다.
무기들은 철컥거리고 기도들은 바람 속에 흘러나갔으며, 장전된 탄알들의 짤각 소리가 부셔진 건물 폐허들 사이로 울려졌습니다.
이상한 점은 해일이 그들을 덮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였습니다.
분명 행성 대양의 쓰나미가 지금쯤이면 보여야 정상임에도, 파도는 어디에서도 보이고 있지 않고 있었죠.
대성당의 보이드 쉴드가 여전히 무가동 상태에 잠겨 있었기에 이는 분명 희소식이였으나
올 것이 오지 않고 있었기에 다수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죠.
궤도에서는 플레시 티어러가 그동안 아껴두었던 예비군들이 마침내 출격하며 하늘에 불타는 꼬리들을 그리며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상에 도착한 그들은 자신들의 형제들과 함께 나란히 어깨를 마주했죠.
그들은 바로 터미네이터 마린들이였습니다!
번쩍이는 라이트닝 클로를 자랑하는 터미네이터 전사들은 이미 타이라니드 공습을 박살낼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들 뒤로는 장갑으로 도배된 육중하고 거대한 드레드노트들이 축축하고, 소금기 어린 자갈들을 묵직하게 밟으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적들을 상대할 준비가 되어있는, 이 고대인들은 적색의 형제들에게 강력한 중화력을 지원해줄 예정이였죠.
암적색 갑주의 거인 전사들과 굳은 얼굴의 자매들 뒤로는 마치 원래 그러했듯 아무런 소리 없이 적막만이 맴돌고 있었습니다.
마치 온 세계가 숨을 참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방어자들은 얼마 안가 지평선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고, 저 너머 마른 심해 바닥의 지평선은 그들 눈 앞에서 점차 어두운 그림자로 뒤덮히기 시작했습니다. 그 그림자는 점차 거대하고, 짙은 운무로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했지요.
가장 선두의 플레시 티어러 전사들이 곧 다가올 학살에 대비하며 태세를 추스렸고, 다른 자들 또한 잘 버려진 체인블레이드의 칼날들을 세차게 돌려대기 시작했습니다.
복점기들과 관측기들은 점차 다가오는 짙은 안개를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관측 내용이 출력될수록 세스의 표정은 거욱 험악해져갔습니다.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아니, 잘못되고 있었습니다.
다가오고 있는 저 안개에 과연 타이라니드 무리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적들이 어떤 기괴한 방식을 사용하여 이제는 끝없이 몰아치던 대양의 해이조차도 증발시킨 것일까요?
만약 실로 그렇다면, 그 끝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는 해답을 위해 머리를 싸메고 고민해 보았으나, 결국 더이상 도망칠 자리는 없다는 결론만 도출해냈습니다.
사실 충격적인 진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세스와 아미티는 꿈에도 몰랐겠지만, 그들이 서있는 고립된 폐허 성당 섬 너머의 세상은 말 그대로 벗겨져 있었습니다.
폐허들과 도시들에서는 이미 바다의 흔적들과 생명들, 녹조류와 심지어 대지에 말라붙은 소금들까지 모두 벗겨져 흡수당했죠.
심지어, 라이시오스 행성의 거대한 해일조차도 그들에게 흡수당했습니다.
일전에 거대한 파도가 우주로 탈출하려던 피난민들을 공격하던 타이라니드 무리들을 모조리 쓸어간 이후, 하이브 함대의 촉수는 아예 바닷물 자체를 들이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흡수하기 시작한 이후 단 하루만에, 모든 것을 집어삼킬듯했던 수백년간 이어진 거대한 해일조차도 포함하여 바다 상당수가 증발되어 사라졌지요.
동시에 타이라니드 생체 모함들은 이 시점에 와서는 아예 용해되어버린 라이시오스의 익소아이 달까지 흡수했습니다.
그곳의 유독성 생명체들까지 흡수한 타이라니드 함선들은 그 짐승들을 그대로 메말라버린 라이시오스의 표면에 토해내었고
짐승들은 곧바로 탐식 작업을 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과 더불어 이들이 만들어냈었던 스포어 가스들까지 흡수되어 사라지자, 익소아이는 부식된 차량들과 전차들의 장갑들로 뒤덮힌 표면을 가감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내었습니다.
그러나 행성을 짙게 뒤덮고 있었던 독한 유독 가스들 때문에 정작 그곳에서 전사한 수만 장병들의 해골은 보이지 않았지요.
장병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톡시크린들과 베놈스로프들의 유독한 가스가 이제는 라이시오스에서도 펼쳐지려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방어자들이 보고 있는 안개들은 톡시크린들과 베놈스로프들이 만들어낸 독가스 스포어였습니다.
이 독무 아래서 수많은 작은 개체들이 어지럽게 돌아다니고 있었고
그들로 끓어오르는 녹빛 독무는 말라버린 바다 표면을 어둠으로 가리며 방어자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물론 방어자들은 예측기들로 독무 내부를 탐색하려 하였지만, 별다른 효용은 없었습니다.
온갖 작은 조직체들이 다량 함유된 이 독무 속에서, 초미세한 스포어들이 돌기 가시들에서 일종의 반자기장 잡음을 발생시켜
인간들의 탐색 기술력을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였죠.
ps. 잠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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