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상투스 리치 - 늑대의 시간
마지막 전투
'고르스크, 저 구덩이에 수류탄을 집어던져!
멘러, 젬스키, 우측으로 들어가! 레스크, 화염방사기는 어디에 팔아먹은 거야!
계속해서 기도를 올려라 이놈들아, 이제 놈들을 몰아낼 때니..잠깐!
저기 중앙에 황동다리 쪽에...맙소사, 황제 폐하의 이름 아래 저 괴물은 또 뭐야?!'
-분대장 콜러만, 카디안 1655th 보병연대, 쓰레기산 정상에서
핏빛 하늘의 번쩍이는 진홍빛 천둥과 진홍의 먹구름 사이로 도약한, '해골들을 먹는 자'의 거대한 진짜 육신은 쏟아지는 피의 비 속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해방을 한껏 만끽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때, 쏟아지는 폭우와 천둥 소리들까지도 무색하게 만들 정도의 무시무시한 포효성이 하늘에서 울려 퍼졌고
거대한 대 악마의 가공할만한 울부짖음 아래 전장의 모든 병사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하늘 위를 날아다니던 악마는 마침내 자신의 최적수, 로간 그림나르를 발견했습니다.
저급한 하위 악마들과 싸우는 그를 발견한 대악마는 곧바로 분노의 포효성과 함께 그 거대한 핏빛 날개를 접으며
마치 거대한 황동의 유성처럼 지면에 강하하였습니다.
거대한 대악마가 무시무시한 힘과 함께 얕은 피의 호수 위에 떨어지자,
사방으로 피가 솟구치며 터져올랐고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해골들을 먹는 자는 그림나르를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악마를 제일 먼저 상대한 것은 용맹한 스페이스 울프의 드레드노트였습니다.
그는 블러드써스터의 진격을 막기 위해 정면에서 대악마를 막아섰으나,
번개와 같은 속도로 내려찍힌 지옥의 도끼는 드레드노트의 방어막과 장갑,
그 내부의 고대인까지도 찰나의 순간에 간단히 쪼개버렸습니다.
선조가 무너지자 분노한 주변의 울프 가드 마린 3명이 노도와 같은 고함과 함께 썬더울프 기마들을 세차게 몰며 악마에게로 돌격하였으나,
그들이 내지른 검은 블러드써스터의 단단한 진홍 근육 앞에 유리처럼 부셔졌고
대신 해골들의 먹는 자가 휘두른 채찍은 그 자리에서 울프 가드 하나를 산산조각냈으며
이후 곧바로 이어진 번개와 같은 채찍에 의해 나머지 두명 또한 덧없이 참수되었습니다.
천하의 스페이스 울프들조차 너무나도 허무하게 간단하게 죽어버리자, 공포에 질린 카디안 병사들과 전차들은 죽은 울프 가드의 사체를 마치 쓰레기 다루듯 하는 놈을 향해 너나 할 것 없이 총탄과 레이져 광선들을 쏟아부었으나,
대악마는 주변을 모두 삼켜버린 화염과 메캐한 화약 매연 가운데서 유유히 걸어나올 뿐이였습니다.
그림나르는 스톰라이더에 올라타며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는 블러드써스터가 수많은 포탄과 검에조차도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경악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자신의 무기 '모카이의 도끼'가 지닌 지난 내력이 불연듯 떠올랐죠.
엔젝의 예언 마지막 구절을 떠올리며,
그에게 어쩌면 이 무기로 놈을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분노의 무기가 풀려난 짐승을 쪼개리라-'
필사의 희망이 얼어붙은 심장을 다시 지피자,
그림나르는 자신 곁의 젊은 늑대 군주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말했습니다.
'라그나르, 저 짐승놈의 시선을 잠시 끌어줄 수 있겠냐?'
그 순간 어느 때보다도 단호하고 주저 없이,
라그나르가 야만적인 미소와 함께 그의 군주의 명을 따를 것을 다짐했습니다.
'만약 놈이 날 죽이길 원한다면, 그 전에 반드시 날 잡아야 할 거요. 늙은 늑대'
그 말을 끝으로, 블랙메인은 조금의 두려움 없이 날뛰며 모든 것을 파괴하는 대악마를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했습니다.
블랙메인이 달려드는 것을 발견한 대악마는 마치 귀 바로 옆에서 황동 놋쇠판을 망치로 두들기는 듯한 무시무시하고 오만한 웃음을 토해내었습니다.
직후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천둥과 같은 포효성을 내지른 대악마는 번개와 같은 움직임으로 몸을 날리며,
정확히 그의 목을 노리고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습니다.
질주하던 울프 로드는 두 무릎을 꿇고 슬라이딩하여 그 가공할만한 공격을 피해내고는 악마의 흉갑에 볼트 피스톨 탄들을 쏟아내며 정강이받이들을 흠뻑 적신 핏물 위에 스파크들을 뿌렸습니다.
간지러울 뿐인 공격에 분노한 블러드써스터는 몸을 돌려 하나 하나가 무시무시한 전쟁 망치와 같은 힘으로 수 차례 발길질하여 이 약해빠진 필멸자를 밟아 으깨려 하였고
블랙메인은 시간을 끌기 위해 그 공격들을 이리저리 필사적으로 피해냈습니다.
그러자 대악마는 조롱의 가소와 함께 거대한 도끼를 들어올린 다음 무시무시한 힘으로 내려찍었지요.
그 무지막지한 충격파에 라그나르가 붕 떠오르자 블러드써스터는 거대한 채찍을 가볍게 휘둘러 그의 발목 부분을 휘감았고
그대로 휘둘러 그를 공중으로 들어올렸습니다.
그리고는 울프 로드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도끼를 들어올려 그대로 도약하여
라그나르를 반으로 쪼개려 하였지요.
그러나 그러기 직전,
해골들을 먹는 자가 완전히 도약하기 전에,
스톰라이더가 피의 비를 헤치며 블러드써스터를 향해 기습적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그 순간, 모카이의 도끼, 한때 피의 신을 숭배하던 자의 저주받은 무기였던 도끼가 번쩍였고
단 한번의 찬란하고 단호한 호가 허공을 그었습니다.
그 공격은 악마의 질긴 근육과 황동 갑주를 베어내며, 블러드써스터의 굵은 목을 크게 베어냈고
얼마 안가 피가 대악마의 목에서 터져나왔습니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팽창한 두 눈으로 분노와 경악을 피어내며, 입으로는 나오지 않는 고통의 포효성을 내지르는 해골들을 먹는 자의 머리통은 수 초 후 어깨에서 떨어져 나가더니
결국 피의 수렁 아래 묵직하게 처박혔습니다.
그러자 마치 하나였던 듯이, 수많은 악마 군단들이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더니 그들이 나타났던 순간만큼이나 순식간에 마치 옛 사진처럼 흐릿해지다가
마치 원래 없었던 것 처럼 이 세상에서 사라졌습니다.
직후 침묵이 이어졌고ㅡ
얼마 안가 모두의 열렬한 환호성이 폭발하듯 터져나왔습니다.
피의 호수에서 몸을 일으킨 라그나르는 입 속으로 들어간 더러운 핏물을 뱉어내었습니다.
그러고는 주변을 살펴보았고,
무릎 꿇은 상태로 피로 붉게 물든 얼굴 위로 하얀 송곳니를 씩 드러내며 웃었지요.
그들 머리 위의 포탈은 점차 붕괴하고 있었고,
마치 종이처럼 구겨지더니 마침내 깔끔히 사라졌습니다.
워프의 에너지로부터 차단되자,
코른의 황동교 또한 녹아내리더니 그대로 무너졌죠.
악마들은 이미 다 사라진 후였습니다.
그들은 마치 아침 안개마냥 사라졌고
남은 것은 오크와 제국군들의 시체 위에 홀로 우뚝 선 제국군 생존자들 뿐이였죠.
피의 비 또한 그쳤고,
산 정상의 상쾌한 바람이 날아오며 먹구름들을 모두 걷어내었습니다.
라그나르의 눈 앞에서, 새벽녘의 찬란한 빛이 구름들 사이에 피어오르며 쓰레기산 정상의 모든 것을 비추었죠.
그때 그의 뒤로 그림자가 다가왔습니다.
라그나르가 돌아보자, 로간 그림나르가 그를 푸른 두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지요.
늙은 늑대는 쿨하게 씩 웃었고,
그 미소는 몸이 아픈지 약간 힘겨워 보였지만 승리감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라그나르는 군주왕이 내민 악수를 힘세게 쥐었고, 로간은 그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실로 위대한 서사시이지 않소? 나의 군주이시여' 라그나르가 피를 뱉어내며 씩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림나르는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에 펼쳐진 학살의 현장을 살펴보았습니다.
'아, 라그나르야. 네 말대로 위대하구나. 허나...우리의 영광을 위해 이 행성이 어떤 대가를 또 치루게 될지 모르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