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누스 전쟁기

크로누스 전쟁 시리즈 vol.2 : 영웅, 사바나 시를 수복하다 -7-

지게쿠스 2016. 5. 1. 00:24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d9kvC

사바나 1st 연대의 사령관 보좌 커미샤르로 임명된 후 일주일 동안, 스틸리 죤은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초인적인 근력으로 오크를 맨 손으로 찢어죽일 정도로 강해지는 방법이라던가

볼트 피스톨 사격 실력이 수 키로미터 밖의 오크를 저격할 정도로 향상시키는 방법이라던가.. 

...같은 것들은 절대 아니였고,


다만 이 도시와, 이 도시에 자신이 임명된 진짜 의도였다.


먼저 이 도시는 사실상 유령 도시로써, 남아 있는 사람은 조금도 없었고

그저 수백 남짓의 주둔군만이 남아있을 뿐이였다.

그리고 그런 도시에 임명된 것은 명백히 한가지 목적 때문이였다.

...그냥 땜빵용..

한마디로 그냥 사기 진작용으로 있다 죽으라는 소리였다.

스틸리 죤은 시작부터 일이 꼬이는 것을 느끼며, 전에 없던 탈모 증상까지 겪기 시작했다.


스틸리 죤 : 항상 궁금하던 건데 이제야 물어보겠습니다. 왜 사바나 1st 연대 사령관은 없고, 데콥인 댁이 여길 눌러잡고 있는 거요?


데스 콥스 오브 크리그 1221th 사령관, 에넬 : 당연히, 없으니까. 왜 없느냐 따위의 허접한 질문에 답변해주자면, 그는 딱 1주일 전에 

오크 워보스 아이언쟈의 손에 손수 찢겨 죽었다네.

자네의 경악한 표정이 맘에 드는군. 덤으로 말해주자면, 도망치다 죽었는데 몸 반이 날아간 상태에서도 살려달라 비명을 지르더군.

아 또 덤으로, 난 사령관 대리니 존댓말 하도록.


스틸리 죤 : 아..도데체 제대로 남은 게 뭡니까?


데스 콥스 오브 크리그 1221t 사령관 에널 : 글쎄..아 하나 있군. 도시 하수도 하나 있지. 사람이 너무 없다보니, 아예 깨끗하네.

그것 말고는 없어. 바라지도 말게. 해줄 돈도 사람도 없으니까.


그리고 추가로, 스틸리 죤은 단 일주일만에 싫어질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 앞의 데콥 사령관처럼!

이 인간은 항상 죽은 눈으로 시시껀껀 시비를 걸며 부정적인 말만 토해내는데, 옆에 있다가는 자신도 우울해질 지경이였다.


그때, 사바나 1st 대대 대대장이 찾아왔다.

스틸리 죤은 그를 처음 만나는 것이였기 때문에, 사기꾼과 도둑놈의 본능으로 어떤 사람인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대대장 : 충성! 아 사령관님 안녕하셨습니까! 그동안 음성으로 목소리만 듣다 얼굴을 보는건 일주일 만입니다. 하하!

그동안 도시 순찰좀 하느라 바빴습죠. 남은 병력이 200명 뿐이라...

흠흠. 어찌되었건, 이상 무입니다. 

그리고 그쪽이..


대대장이 스틸리 죤을 쳐다보자 죤은 답했다.


스틸리 죤 : 새로운 보좌 커미샤르, 스틸리 죤입니다.


대대장 : 아 그렇습니까?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사바나 사막에서 오크 놈들을 모두 쳐죽였다고..하하! 엄청난 전사인가봅니다.


그러나 스틸리 죤은 더 입을 놀리다가 혹여 자신의 정체가 뾰록날까봐 더이상 말하지 않았고

설마하니 사기꾼에 도둑놈이 커미샤르를 하리라곤 생각조차 않았던 대대장은 그를 과묵한 사람으로 착각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대대장은 과묵한 사람을 매우 신뢰했다.


대대장 : 충성을 다할테니, 두 분 다 뭐든 맡겨만 주십쇼!

그로부터 2주 후..

지휘, 통솔, 작전 등 아예 군사적 지식이 거의 없었던 스틸리 죤은 데콥 사령관과 대대장에게 모든 인사 작전을 맡기고는 한동안 조용히 살았다.

중대장, 소대장 등 각 장교들은 혹여 이 새로운 커미샤르가 개혁이랍시고 큰 소요를 일으킬까봐 걱정하였으나

다행스럽게도(?) 스틸리 죤이 아무런 것도 모르는 사기꾼이였던 덕택에 아무런 것도 건들지 않고 현행 그대로 유지하자

이에 만족하며 아무것도 않하는 스틸리 죤을 심지어 성자, 진정한 커미샤르로 간주하기까지 시작했다.


한편 스틸리 죤은 너무 심심한 나머지 병사들과 함께 매일 순찰을 나갔고,

그렇게 한달이 지나자 원래 좋았던 머리 덕에 지형 지리에 완전히 통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도시의 약점 또한 나름 판단하게 되었는데..


스틸리 죤 : 성벽은 이상없으나, 한 군데가 약화되어 있더군ㅇㅛ...구먼!


대대장 : 아, 지난번 오크 습격때 무너진 B-1231 구역 말입니까? 안타깝게도 자제가 없고 인력도 없어서..

대충 플라크리트로 떼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초소 형식으로 보초병들을 세워놓아서, 왠만한 오크들은 절대 접근도 못할 껍니다.

현재 오크 놈들은 도시 외성 바깥쪽 황야 지대에 본진을 짜놓은 상태인데, 주변으로 활개를 치고 있지만 성벽에 가로막혀 여기까진 못 들어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테고요


스틸리 죤 : 그러면 좋겠지만..


분명, 이 무너진 성벽 구역은 단단한 플라크리트 초소로 지켜지고 있었다.

왠만한 오크들은 절대 접근하지 못할 것이였지만..


문제는..

오크들이 침공해왔다는 것이였다.

그것도 절대 보통이 아닌 오크들이!


아이언자 : 다 죽여불자!!

오크들 : 와!!!

초소는 단 1시간도 안되어 완전히 파괴되었고

오크들은 성벽의 누출 구간을 지나 도시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찰병들은 이를 확인하고는 전속력으로 질주하여

본대에 비보를 날렸다.

오크들이 쏟아져 내려온다고..

급박한 상황에 긴급동원령이 떨어지며, 도시 전체의 모든 주둔군들이 모두 집합한다.

다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상태였다.


스틸리 죤은 애써 담담한 척 해보나, 사실 그 누구보다도 무서워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 데콥 사령관이 먼저 말했다.


데콥 사령관 에넬 : 마침내 때가 왔군. 죽을 때가.

미리 말해두지만, 이 썩어버린 도시에는 전차 한대도 없어. 굴릴 전차가 한대도 없어서 탄만 가득 남을 수준이지.

병사? 200명도 안돼. 

오크놈들은 그 수 배는 되는 데다가, 스톰파도 관측되었다더군.

난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라, 이걸로 이긴다니 뭐니 이딴 헛소리를 제일 싫어하네.


스틸리 죤은 듣다 듣다 결국 폭발했다.

결국 다 죽자는 말 아닌가?

그가 말했다.


스틸리 죤 : 그래서, 다 죽자는 겁니까 지금?


데콥 사령관 에널 : 왠일로 정확하군. 최근 한달동안 가장 핵심을 찌른 것 같구먼?


스틸리 죤 : 저는 그렇게는 못합니다.


데콥 사령관 에널이 냉소하며 말했다.


데콥 사령관 에널 : 그래서? 아, 내가 몰랐었군. 자네가 그 황금 나부랭이 검으로 스톰파를 반조각 내줄 생각이였다니 말이야?

먼저 반조각 내주면, 혹여 승리할지도 모르겠네.


스틸리 죤 : 그런 조롱 빼고 제대로 할줄 아는게 뭡니까?


데콥 사령관 에널 : 글쎄..최소한 여기서 죽는 건 제대로 할 수 있겠군.


스틸리 죤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걱정과, 두려움 속에 잠시 말문을 닫았다.

묘한 침묵이 계속되었다.

'..다시 도망쳐야 하나?'

그러나 도망친다면 어디로 도망치고, 도망에 성공해도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오크들은 벌써 도시 전체에서 날뛰고 있었고, 후방에는 사바나 사막 뿐이였다.

사막을 혼자서 건널 수 있을리가 없었다.

'완전 진퇴양난이잖아..젠장, 도망치는 것 빼고 할 수 있는게 없..도망?'


그때 스틸리 죤이 칼을 땅에 박아넣고는, 가드맨 앞에 섰다.

그리고 이어진 일장 연설은, 긴장과 걱정 속에 아무렇게나 지어낸 말이였기에 스틸리 죤 본인조차도 훗날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지만

이날 그의 연설을 들은 자들은 모두 용기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한다.


에널이 그를 보며 묘한 표정과 함께 말했다.


데콥 사령관 에널 : 자네..입 터는건 확실히 잘 하는군. 그래, 이제 뭘 어쩔 텐가? 나가서 다 죽으라고 할 생각인가?


스틸리 죤 : 그럴리가.


데콥 사령관 에널 : 그러면, 안에서 죽으면 되나?


스틸리 죤 : 일단, 놈들이 아직 깊숙히 들어오진 못했으니 초입부 부분에 급조 폭발물들을 죄다 깔아놓을 생각입니다.

사령관님, 탱크가 없어서 포탄만 남아돈다 하셨지ㅇㅛ..아니 하셨습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다 써봅시다. 그걸로 급조 폭발물을 만들겠습니다.

제가 그 방면에 일가견이 있으니, 시간만 조금 투자하면 실컷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걸 파편 사이에 숨기라 하겠습니다.

오크들이 지나가면 작동하게끔.


다시 조롱하려던 에널은 그의 확신에 찬 눈빛을 보고는 그가 분명 무언가 희망을, 무언가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진지하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스틸리 죤에게 말했다.


데콥 사령관 에널 : 폭탄만으로 다 죽이는 건 불가능하네. 결국 놈들은 내성 안까지 들이닥칠게야.


스틸리 죤 : 알고 있습니다.


데콥 사령관 에널 : 안다면 더 말 안하겠네. 어찌되었건 기대해보지. 

오크들이 들이닥치기 10시간 전까지,

가드맨들은 모두 흩어져 도시 각지의 중요 요충지에 급조 폭발물들을 설치했다.

심심해서 한 순찰 덕에 도시 지형에 마스터가 된 스틸리 죤은 정확히 주요 길목마다 폭탄을 계획했고, 가드맨들은 정확히 그 지점에 폭탄을 설치하였다.

본디 도둑으로써 가끔 금고도 털고 하던 스틸리 죤이였는지라,

급조 폭발물 만드는데에는 일가견이 있었고

그런 그가 설계한 폭탄들은 일사분란히 도시의 폐허 파편들 속에 숨겨졌다.


마침내 도시 내부까지 들이닥친 오크들


"다 죽이뿌라!!"

그러나 호기롭게 외친 한 오크의 포효성은 곧 그의 마지막 유언으로 바뀌었다.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안가 수많은 폭발이 이어지며 거리의 오크들은 혼란에 빠졌으나

워보스 아이언쟈의 우렁찬 포효에 다시 기세를 얻은 오크들은

스톰파를 앞세워 성벽을 넘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따가운 레이져나 총알이 날아오지 않자 오크들은 신나해하며 내부까지 밀고 들어갔고,

가드맨 놈들이 숨어있을 연대 건물을 발견하고는 달려들었으나..

거기에도 아무도 없었고

그제서야 아이언쟈는 깨달았다.


"휴미!!!!!!"


사실 모든 것이 함정이였음을..

인간 놈들은 이미 진즉에 어디론가로 죄다 도망쳤고,

남은 것은 급조 폭발물들 뿐일 것이라고...

내성 안쪽에 마련된 건물들은 지휘 사령부 건물들은 물론이고

탄약고, 플라즈마 발전기들 등..

온갖 위험천만한 기지들이 가득했고

급조 폭발울에 이어 2차로 그런 위험한 시설들이 폭발하며 대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에 휩싸여 심지어 스톰파까지도 무너지는 것을 바라보며, 아이언쟈는 생각하다 분노 속에 마침내 생각을 그만두었다.


"휴미!!복수하겠따!!!"


한편 스틸리 죤과 병사들은..

..오크 본진을 공격 중이였다.


데콥 사령관 에널 : ..설마하니 하수도를 이용할 줄이야.


스틸리 죤 : 뭐, 제가 한다면 하는 사람입니다. 허헛!


데콥 사령관 에널 : 우쭐해하는 걸 보니 정말 아쉽군.


스틸리 죤 : 제가 우쭐해하는 모습을 보는 덕에 댁이 살아있는 겁니다.


데콥 사령관 에널 : 인정하지.


데콥 사령관은 자신도 모르게 잠시 감탄하였다.

설마하니 하수도를 이용해서 도심 외곽으로 탈출할 줄이야!

설마 이 모든 것을, 급조 폭발물부터 모두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일까?

과연, 이 젊고 어딘가 나사 빠져보이는 커미샤르가 진짜..사막에서 오크 워로드의 왼팔인 아이언하이드를 죽인 영웅이 맞았던 것일까?

(물론 이는 크로누스 임페리얼 가드 측의 프로파간다였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자는..

자신이 한달 훨씬 전에 했던, 하수도가 멀쩡하다는 말을 기억하고는 이 전략을 설계한 것일까?

그런 것까지 즉각 전략으로 운용할 정도로 이 자가 사실 천재였다는 것일까?

맹렬히 오크 본진을 유탄 발사기로 폭격하는 가드맨들을 지켜보며 환호하는 스틸리 죤을 바라보며,

사령관은 이런 저런 잡념에 잠시 빠졌다. 

스틸리 죤은 아무런 말 없이 그저 칼을 휘두르며 공격! 만을 외치고 있었고

아무런 지식도 없는 덕에 대충 가드맨들 근처의 전방에서 칼을 휘두르며 폼만 잡고 있었다.

사실 이는 오크 총기의 사거리가 사실 꽤 길다는 사실을 아는 지휘관들은 절대 하지 않는 행동이였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항상 꽤 선두에 나서서 가드맨들을 독려하고(사실 이것도 무정한 제국 지휘관들은 절대 하지 않는 행동이였다.)

사기꾼답게 그럴싸한 말들로 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본 가드맨들 사이에는 그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진정한 전사 커미샤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모두들 승리를 목전에 두었다 생각했다.

심지어 부정적인 에널까지도..

그러나 그 순간..


단 한 존재의 출현으로 다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인정하지..휴미들.."

거대한 몸집의 그 오크는 가장 큰 가드맨조차도 훨씬 뛰어넘어 2~3배는 더 거대했고

거대한 폴과 슈타를 쥔 채로, 온 몸에는 피로 흠뻑 젖은 채로

멀리서부터 달려오고 있었다.

아이언쟈였다.

그가 살아 돌아온 것이다!


아이언쟈 : ..네놈들이 정말 귀찮은 놈덜이라는 걸 말이따!!!"

이어진 전투는 그저 학살일 뿐이였다.

그리고 단 한 오크ㅡ

아이언쟈가 그 학살을 만드는 자였다.

놈이 폴대를 휘두를 때마다 한 분대 절반이 쓸려나갔으며

그럼에도 놈은 지치는 기색 없이 끊임없이 분노를 토해냈다.


"네눔들이 좋아하는 아그들 동화에선 항상 버러지들이 스퀴그마냥 죽어나가지.

그러나 현실에선 네눰들이 그 스퀴그다 휴미들아!

내가 너희들의 최후따!"

가장 선두에 서서 독려중이던 스틸리 죤이 가장 먼저 전세의 변화를 눈치챘다.

오크 한놈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절대 상대가 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는 서둘러 몸을 돌려 도망치려 하였지만,

하필 그 순간 가드맨들이 그를 쳐다보며 외쳤다.


"만세! 위대한 스틸리 죤, 강철 죤이 나타났다! 오크놈아 넌 이제 끝이다!!"


"네눰이였냐?"


오크 워보스의 매서운 두 눈이 그의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스틸리 죤은 바지가 축축해짐을 느꼇다.

그리고 작게 속삭였다.


"아..x발" 

"내가 둘아울 줄은 몰랐지? 하하! 나도 조금 걱정했따. 내 전용 텔레포타가 작동 안할까바.

그런데 운 좋게도 제대로 됬구만! 그래서 넌 오늘 죽는다!"


오크 워보스는 빠르게 달려들었고

피할 방법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너무 겁에 질리면 오히려 용기가 난다던가?

공포에 질려 바지에 흥건히 오줌까지 지리자,

스틸리 죤은 어차피 죽을 것 그냥 싸워보기라도 하자는 식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달려들었고..

눈 딱 감고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하필 발 밑의 가드맨 피웅덩이에 미끄러져 넘어졌고

그 덕에 오크 워보스의 도끼는 피해내었으나

분노한 워보스는 그 거대한 발을 들어올려 당장이라도 내려찍으려 하였다.


스틸리 죤 : 아아아아악!!

그때, 놈의 몸통이 강렬한 광선들과

멜타 빔에 관통되었다.


아이언쟈 :...뭐..야..아아..고르거츠뉨..죄숭함다. 전 보스감이 아녔나봐여...


그것은 스톰 트루퍼들의 공격이였고,

그리고 멜타 광선은 어떤 묘령의 여인의 것이였다.

검은 코트를 걸친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 속에 차갑고 냉철한 두 눈을 빛내고 있었으며

머리에 쓴 모자 위에는 I 문자가 박혀 있었다.

인퀴지션의 문자가..


피웅덩이에서 주섬주섬 일어선 죤은 여인의 얼굴을 보고 그 미모에 잠시 감탄하다,

다급히 말했다.


스틸리 죤 : 아..가..감사하네. 제군의 이름은 무언가? 난 스틸리 죤이라 하네.


??? : 관심없어. 그리고 난 네놈 병사도 아니다.

당장 오크에나 집중하는게 어떨까?


스틸리 죤은 무안감을 잠시 느끼다가, 부끄러움을 만회하려는 듯 다시 소리쳤다.


"전군 돌격!!:

스톰 트루퍼들이 합세하자

전투는 파죽지세로 끝났다.

그동안 도시 주변의 황야를 거점으로 약탈 행각을 벌이던 오크들의 오크 본진은 모두 파괴되었고,

이제 다시는 출현할 일이 없을 것이다.

전투가 마무리되자 여인은 스틸리 죤에게로 다가왔다.


??? : 내 이름이 뭐냐고 물었던가? 그냥 코제타라 불러라. 오르도 말레우스 소속인데, 내 임무도 덤으로 말해줄까?


스틸리 죤은 무심코 예! 라고 하려다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위중한 사안인데, 더 들었다가는 절대로 살아 돌아갈 수 없음을 느낀 것이였다.


인퀴지터 코제타 : 거두절미하고, 난 바쁘니 당장 물어보겠다.

난 귀찮은 걸 아주 싫어해. 그러니 널 어딘가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서, 험한 짓 하지 않게 진실만을 말하길 바란다. 

넌 누구지?


여자, 그것도 미인이 험한 짓 하자는 말이 이렇게나 무서울 수도 있다니!

그런 생각과 함께 순간 스틸리 죤은 당황했다.

설마..자신의 진짜 정체를 알아차린 것일까?

자신은 여기서 끝인 걸까?

그러나 포기하고 자백하려는 순간, 그의 눈 앞에 나타났던 신비로운 푸른 스페이스 마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영웅이 될 것이라는 말..

여기서 만약 자백한다면, 자신에게는 사형 뿐이였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을 믿으라는 말..

그렇다면, 그는 거짓말이 반드시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결국 결정했다.


"저는 접니다. 스틸리 죤. 강철의 죤이며, 황금 검의 사나이. 사막에서 오크 놈들을 저 혼자 다 때려죽였습니다.

어느날 황제가 절 인도해주리라는 계시를 꿈 속에서 받고, 검을 들었더니 순식간에 여기 이 자리까지 올라왔습니다."


코제타 : 기록에는 그저 그런 커미샤르일 뿐인데...갑자기 사막에서 큰 공을 세우다니. 본인이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나?


스틸리 죤 : 아..음...어...계시라는게 어느날 갑자기 떨어지더라고ㅇ..하드럽니다. 아..하하!


코제타는 그가 거짓을 말하고 있음을 간파했다.

계시? 헛소리다.

가드맨이나 믿을 법한.

그리고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날 그 사막에서, 악마들이 가드맨들을 습격하였음을.

탁월한 싸이킥 예견자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녀는 행성 궤도의 함선에서 그날 악마의 출현을 감지하였고, 현재 그녀만이 그때 사바나 사막에서의 학살은 오크들의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살아남은 건 오직 그 뿐이였음을...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그녀의 매서운 두 눈과, 무시무시한 싸이킥 독심술은

그가 악마들에게 빙의되었거나 하는 것이 아닌 순수하고..어쩌면 정의로울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그저 나약해 빠진 인간임을 꿰뚫어보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남은 것일까?


설마 누가 보호해준다는 것일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코제타는 그를 떠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코제타 : 그날 사막에서, 누가 널 보호해주었군.


스틸리 죤 : 흡! 아니..아니 그게.. 제가 다 죽였습니다만?


코제타는 그가 또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간파했다.


코제타 : 누구지?


스틸리 죤 : 그게..저는 잘..하하!


코제타는 본인조차도 그게 누군지 모름을 깨달았다.

만약 조금만 더 파들어갔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스틸리 죤은 바로 처형되었을지도 모르고

영웅 이야기..나아가서는 크로누스 행성의 미래 또한 사라졌을 것이였으나

다행스럽게도, 코제타는 의심이 너무 많았다.


"그 수많은 악마들에게서 살아남았다니..

혹시..다른 인퀴지터의 가호를 받은 것인가?

나조차도 모르게 그레이 나이트가 침투하여 그를 구해준 것인가?

혹시..이자는 세뇌를 받아 기억을 조작받은 것 아닐까? 실제는 비밀 요원이고?"


그리고 운 좋게도, 실제로 행성에 그레이 나이트들이 나타났다는 것 또한 사실이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코제타는 그를 죽이거나 고문하는 것을 포기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대신 잠시 침묵하던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코제타: ...협조를 요청하마. 행성 정화 및 해방을 위해 넌 나를 도와라.

덤으로..너도.


데콥 사령관 에넬 : 저는 덤이 아니라, 에넬입니다. 

덤으로 같이 죽으라는 말을 구태여 도움 요청으로 포장하시다니, 참 예의바르십니다 그려?


코제타 : 잘 협조하면, 죽이는 건 고려해보지.


데콥 사령관 에넬 : 대신 서비터 행으로 하시겠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려


코제타 : ..벌써부터 싫어지는군.


데콥 사령관 에넬 : 어찌 저랑 이리 생각이 같으신지 말입니다? 우린 잘 통할 것 같습니다.


코제타 : 입 다물어라. 나중에 네놈이 죽을지 안 죽을지는 모르지만, 더 떠들면 널 여기서 확실히 죽여줄테니.

당장 병사들이나 수습해라.

이제 이 아무도 없는 텅 빈 도시는..알아서 하고. 대대장이라 하였던가? 이제 이 곳은 안전해졌으니 피난민들을 다시 불러모으고,

지원을 기다려라. 대충 적당히 지원해줄테니 걱정 말고.

나와 이 커미샤르, 이 에널이란 작자는 더 큰 일을 위해 떠나겠다.


대대장 : 당연히 그러겠습니다! 제국 만세입니다! 만세!

몇 일 후..

단지 넘어졌을 뿐인데도 근육통에 고생한 스틸리 죤은 계속해서 의무대 신세를 지어야만 했고

이는 워보스와 맨 검으로 싸운 덕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음에도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로 와전되며

또다른 스틸리 죤의 전설로 이어졌다.


마침내 그가 퇴원하자,

그를 따르던 용사들과 고향으로 복귀한 피난민들의 우렁찬 환호성을 받으며 

차가운 표정의 인퀴지터와, 여전히 죽은 동태눈에 이죽거리는 데콥 사령관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이자 긴장감이 얼굴에 가득한 스틸리 죤은 스톰 트루퍼들의 호위를 받으며 새로운 길을 떠났다.

가는 길에 그는 잠시 생각했다.


"아 젠장, 바지를 안 빨았어!"